MIT 건축석사, 도시계획박사,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 김진애너지, 미 타임지가 뽑은 100인 선정, 블로그 정치인 등. 그를 칭하고, 칭했던 호칭은 참으로 많다. 여기에 지난해 말 이름이 하나 더해졌다. 민주당 비례대표 ‘제18대 국회의원’으로 공식 활동하게 된 것.
김진애와 정치
김진애 의원이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은 2003년말. 좋은 정책을, 좋은 정치 속에서 실천하고 싶다는 의지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 자체에 대한 희망과 소명의식이 더 강해졌다.
정치 입문 계기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마음 속 욕구를 그저 실행에 옮긴 것이라 말한다.
“보통 건축가들은 기량이 쌓이면 정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참여를 한다. 하지만 정책 참여나 제안을 해도 실제 행정이나 정치는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가 그렇다. 그것을 실행으로 옮겼을 뿐이다.”
그는 정치도 건축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무엇을 통해 조정을 해내느냐가 정치고 건축이다.
짧은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김진애 의원은 벌써 ‘건축기본법’ 제정이라는 큰 업적을 남겼다. 건축기본법의 제정은 건축을 사업이나 도구로 다루는 것이 아닌 정책으로 다룬다는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몇 년째 관련 법 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일본이 우리의 건축기본법 제정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와 벤치마킹 했을 정도라고 한다.
“건축을 정책화(ploicy)하는 것은 이쁘게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원의 배분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를 위해 할 것인가, 왜 해야 하는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가건축정책위는 그런 것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잘잘못을 꼬집어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가건축정책위는 건축하는 사람들만이 모이는 조직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건축이 잘 되려면 건축전문가들만 모여서는 안된다. 주문자, 발주자, 연관분야가 모두 같이 뛰어주어야 건축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일할 바탕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진애와 건축/도시
도시재생과 도시개발 실태에 관해서는 역시 전문가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차분히 해야 한다. 이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 안에 있는 사람과 일자리, 주택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하는 것이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의 근본 취지이다.”
영국이나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과거의 재개발, 재건축 방식은 커뮤니티만 파괴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자리와 교육, 서비스 등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주택을 어떻게 하기보다는 전체 커뮤니티에 필요한 시설과 기능들을 보강해야 하고, 거기에 친환경적 자연요소를 어떻게 끌어 들이냐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초기 도시재생의 안착을 위해서는 공공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도 중요함을 빠뜨리지 않는다.
“재개발 재건축이 문제가 된 것도 공공에서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민간 자본과 분양시장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초기에 계획을 세우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에는 공공이 적극 투자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약간의 기금이 있는데, 부산은 어떤지 모르겠다. 없다면 만들어야한다. 쓸데없는 일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리모델링이야말로 재생의 기본 중 하나란다. 공공자금으로 건축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제도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고, LH공사 등에서도 이러한 리모델링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되면 좋을 것이라는 의지다.
김진애와 책
김진애 의원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블로그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러한 부지런함이 전문작가도 갖기 어려운 33권의 책 집필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
“책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쓰기도 하지만 도시계획 실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게다가 좋은 건축을 주문하게 하는 사회적 트랜드를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언젠가 영화와 공간에 대한 책과 의정활동이 끝나고 나면 정치활동에 대한 책도 쓰고 싶다”
요즘은 집필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그의 왕성한 블로그 활동으로 매일매일 책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계를 위한 특별한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소신이 분명하다.
“건축계만을 위해서 일하지 않겠다. 다만 전문계가 자신들의 소신과 역량을 공정한 틀 안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우리가 서비스하는 시민들, 사회의 편에 서서 전문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겠다. 그것이 건축계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회가 점점 더 정치 종속화, 자본 종속화되면서 전문가의 기능과 역할이 악화되고 있는 요즘 김진애 의원이 보여줄 도시건축전문가로서의 활동이 기대된다.
인터뷰 : 최평종 편집장, 심은정 기자
좋은 공간 정치를 위해
다음은 김진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부산은 무려 487곳이 재개발 재건축지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해에는 이중 30여곳 이상에 대한 지정 해제 계획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지역의 바람직한 도시재생에 대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5백곳에 육박하는데 부산이 487곳이라니 만만찮다. 흔히들 부산을 제2의 도시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 따라하기, 벤치마킹을 하지 말자. 서울과 부산은 분명히 다르다. 경관도 다르고,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또한 다르다. 도시의 캐릭터도 다르다. 부산은 부산이다. 부산은 부산답게, 서울은 서울답게 해야 한다.
- 사람 사는 도시를 위해 좋은 공간정치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공간정치는 무엇을 말하는지?
건축이든 도시든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 역사상 정치권에서 공간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때론 패권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권력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독재자의 망상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끊임없이 사용되어 왔다.
공간정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좋은 공간정치를 해야 한다. 문제는 나쁜 공간 정치가 많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나쁜 개발 공약이다. 좋은 공간 정치는 단순한 리더의 생각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생각, 관료들이 가져야할 생각들이다. 좋은 공간정치는 우리를 편안하게도, 행복하게도, 번성하게도 해준다. 그런데 이것을 일부 정치인들이 이른바 선거를 위한 수단이나, 특정 이해권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좋지 못하다.
좋은 공간정치를 할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선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개발공약이나 뉴타운 공약 같은 것은 이제 통하지 않겠지.
- 건축기본법의 본격적 가동과 국가건축정책위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건축정책에서 다루어야 할 것은 우리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국내외적으로 어떻게 올릴 것인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만들 것인가? 내부에서의 공정경쟁과 치열한 경쟁, 해외진출방안 모색 등이 그것이다. 세번째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민원문제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네번째 프로세서 디자인이다. 전문가로서 툴은 가지고 있는데, 이 프로세서를 어떻게 해야 자원을 덜 쓰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전문가들의 기량을 발휘하고 이왕이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좋은 설계를 뽑기 위한 방법. 이러한 프로세스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한다. 즉 공공건축가 제도 등도 그러하다. 외국의 경우도 공공건축가를 많이 활용한다. △좋은 설계를 뽑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좋아야 한다. 건축과 도시의 불행은 주문 산업이라는 것이다. 주문자들을 잘 만들어야 한다. 주문자들이 근사해져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주문인지 지속 교육되어야 한다. 설계자를 어떻게 뽑고,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국가건축정책위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지 많다.
- 건축계에 하고 싶은 이야기
요즘 젊은 건축가들은 만나면 ‘좋은 공간 정치를 해라. 우리끼리만 모이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끼리만 모여서는 안 된다. 우리한테 주문할 사람, 같이 일할 사람, 새로운 시장을 만들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좋은 건축이고 좋은 도시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일본, 네덜란드 등 스타건축가들이 배출되는 외국의 도시를 보면 건축가들이 좋은 정치를 잘 한다. 당장의 이권을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트랜드를 읽고 기술트랜드를 읽고, 다른 분야와 교류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보다는 건축시장과 문화적 인식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 좋은 오피니언과 일꾼과 트랜드를 만들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내 일도 생긴다.
의원 약력 : 김진애 국회의원. 그에 대한 소개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민주당 비례대표로 ‘제18대 국회의원’에 공식 등원했으며, 2005-2008년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주)서울포럼 대표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를 짧은 글로 담기내기란 무리인 것 같다. 한국인으로 처음 타임지가 선정한 21세기 차세대 리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도시읽는 CEO', '김진애의 공간정치 읽기’를 지금까지 무려 33권의 책을 집필했다.
-2010년 3월 10일 심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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